10년 전, 세계가 가상(virtual)을 향해 끓어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가상과 현실 둘 중에 주인은 누구일까요? 라는 다큐인사이트의 질문에 전 구글 마케터인 주영민은 가상이 현실의 주인이고, 현실은 가상에 종속되어 가고 있다고 답합니다.
2010년 | 2012년 | 2013년 |
-아이폰4 출시 -카카오톡 출시 -인스타그램 출시 -우버 출시 |
-페이스북 상장 | -텔레그램 출시 |
Q1. 스마트폰을 잃어버리는 것이 왜 두려울까?
스마트폰은 디바이스가 아닙니다. 현 인류에게 스마트 폰은 신체의 일부입니다. 스마트 폰은 기억을 담는 전자두뇌이고, 사회와 소통하는 입이며 그 안에는 추억이 담긴 사진, 관계가 담긴 연락처, 금융정보를 포함한 모든 종류의 개인정보가 담겨있습니다. 따라서 스마트 폰을 잃어버리는 것은 '나'를 잃어버리는 것이며, 세상과의 단절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IT주를 달가워하지 않는 고집 센 워런 버핏이 AAPL주식을 80조 넘게 보유한 것과, 더 이상 애플이 IT기업이 아닌 필수소비재 기업에 해당한다는 사실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Q2. 클라우드 서버가 멈추면 어떻게 될까?
클라우드는 인터넷이 사는 곳입니다. 많은 인터넷 서버들이 클라우드 서버를 통해 작동하고, 우리가 쓰는 모든 서비스는 클라우드 서버를 통해 중계됩니다.(ex. 구글 검색, 구글 map, 페이스북, 유튜브, 인스타그램, 아마존, 넷플릭스, 스포티파이, 애플 뮤직 등) 따라서 클라우드 서버가 마비된다면 우리는 원하는 정보를 적절한 시기에 받지 못하게 됩니다. 이처럼 클라우드 서버는 현실세계를 떠받들고 있습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하늘을 받치고 있는 아틀라스처럼 말입니다.
Q3. 소셜미디어 계정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소셜미디어 계정이 없는 사람에게 우리는 불편함을 느끼며, 무언가 감추고 있는 사람일 것이라는 불투명함을 느낍니다. 이는 지난 10년간 SNS의 발달로 새롭게 인식된 감각입니다. 실제로 우리는 실제 자아보다 인스타그램 속 자아에 더 민감합니다. 인스타그램을 업로드를 위해 소비하고, 인스타그램에서 자신을 포장합니다. 자신의 아바타를 인스타그램에서 창조하고 꾸미며 그 아바타가 더 중요한 자아로 대접받습니다. 취향, 소비, 경험까지 모두 인스타그래머블해집니다. 심지어 외모까지 말입니다.
인스타이형증이라는 용어를 정의한 영국의 성형외과의인 티지언 이쇼는 예전에는 사람들이 닮고 싶은 연예인의 사진을 들고 왔지만 요즘엔 인스타 필터에 적용된 자기 사진 속 모습을 추구한다고 말합니다. 그들은 실제 자신의 모습으로 있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에 인스타그램 필터에 최적화되고 디지털 픽셀로 연출된 자기 자신의 모습을 자신이라고 믿습니다. 공간 조차 인스타그래머블하게 바뀌고 있습니다. 현실의 공간들이 인스타용 과시와 전시의 공간으로 활용되는 빈도가 늘었기 때문입니다. 현실의 공간이 현실성을 잃고 있는 것입니다.
'사진을 찍을 수 없다면 행동하지 않는다'라는 말에서 나타나듯, 우리는 인스타에 올리지 못하는 경험들을 하지 않습니다. 무엇을 할것인지에 대한 판단의 기준도 현실에서 가상으로 넘어간 것입니다. 따라서 인스타그램은 소셜미디어가 아닌, 실제 현실보다 더 깊이 빠져있는 가상현실입니다. 아직까지 가상현실을 소셜미디어라고 부르고 있을 뿐입니다.
가상 권력의 현실화
가상에 현실이 종속되어가고 있기 때문에 가상 세계에서의 영향력은 곧, 현실세계의 권력입니다. 이를 진작에 간파한 트럼프 대통령은 출마 시기부터 트위터를 활용하였으며, 현재 지구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트위터리안이 되었습니다.
푸에르토리코 이민자 2세 바텐더 출신의 미국 하원의원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줄여서 AOC)는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선거운동을 하였고 당선되었습니다. AOC의 트위터 팔로워 수는 민주당 대선 후보자인 조 바이든보다 많습니다. AOC는 가상에서 바이든보다 높은 권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훗날 가상 권력이 현실화가 되어 AOC가 민주당의 대선후보로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입니다.
가상 여론의 지배
우리는 가상의 여론을 이용하여 현실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 어렵지 않은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가상의 여론을 조작하여 현실 속 원하는 욕망을 실현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증가한 수요와 함께 구매 후기 조작, 음원 순위 조작, 댓글 조작, 유튜브 조회수 조작, 트위터 리트윗 조작이 봇을 통해 이루어지며 조작된 여론은 실제 여론을 압도합니다. 심지어 인터넷 사용자의 절반이 봇이라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가짜 뉴스를 유포하고 반복적인 내용을 대량으로 뿌리고, 비판을 절대로 허용하지 않는 것이 봇의 특징입니다. 인간이 봇을 닮아가고 있습니다. 무비판적이고 맹목적이고 반복적인 행동을 해서 봇과 전혀 구분할 수 없는 인간은 사실 봇이나 다름없습니다. 우리는 기술의 진보와 인간의 퇴보로 인해 리버스 싱귤러리티가 발생하는 것을 우려해야 합니다.
※용어 정리
가상화 혁명 : 가상이 현실을 집어삼키고, 가상이 현실과 역전된 관계를 맺는 거대한 흐름
데이터 센터 :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하기 위한 핵심 인프라
IOT 시대 : 자동차와 도시, 유통과 금융을 포함한 현실의 모든 운영 시스템이 클라우드와 연결되는 시대
인스타그래머블 : 인스타그램에 잘 어울린다는 의미의 신조어
인스타이형증(selfie-dysmorphic disease) : 필터 카메라로 변형되어 게시된 자신의 얼굴처럼 스스로 신체를 바꿔내려고 하는 강박증
가치과시행동 : 현실에서 믿지 않는 신념을 가상에서는 믿는 척하는 행위
봇 : 로봇에서 유래한 말로 사용자를 흉내 내는 프로그램
봇맨 : 로봇처럼 행동하는 사람
싱귤러리티(singularity) : 기계가 진화하여 인간의 지성을 추월하는 시점, 혹은 특이점
리버스 싱귤러리티(reverse singularity) : 인간이 퇴보하여 기계가 인간의 지성을 추월하는 시점, 혹인 특이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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